2003년 1월, 기적의도서관 프로젝트가 MBC의 '느낌표' 프로그램을 통해 공개됐습니다. 아이들이 뒹굴며 자유롭게 책을 볼 수 있는 도서관, 그야말로 '도서관의 기적'을 만들고자 온 사회가 힘을 보탰습니다. 이러한 염원을 담아 2003년 11월, 전남 순천에 제1호관 기적의도서관 개관하였고, 같은 해에 충북 제천, 경남 진해에 기적의도서관이 개관했습니다.
방송 종료 후에도 기적의도서관 프로젝트는 계속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16개 기적의도서관이 개관했고, 3개관을 건립하고 있습니다. 강원도 인제와 부산광역시 부산진구에 짓는 기적의도서관은 올해, 삼척기적의도서관은 2024년에 개관할 예정입니다.
기적의도서관 프로젝트가 올해 20주년을 맞았습니다. 올 한 해 20주년을 기념하는 여러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20주년을 맞는 순천관, 제천관, 진해관에서도 다양한 사업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기적이 계속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기적을 만드는 사람들_이용훈 한국도서관사연구회 회장
기적의도서관은 새로운 도서관 문화를 바라는 온 사회의 염원을 담아 시작됐습니다. 기적의도서관은 그 역할을 충분히 해왔을까요? '기적'은 계속될 수 있을까요? 한국도서관사연구회 이용훈 회장에게 기적의도서관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물었습니다.
-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 창립과 기적의도서관 프로젝트에 처음부터 참여하셨습니다. 그 과정을 기억하세요?
1999년에 정부에서 처음으로 도서관, 박물관, 미술관 등 문화기반시설에 대한 시범평가를 실시했어요. 그때 저는 한국도서관협회에 있었는데 도서관 분야 평가위원으로 참여했죠. 평가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문화 분야 시민단체가 필요하다고 하여 1999년에 9월에 ‘문화연대’를 창립했어요. 저는 도서관출판분과에서 도서관 부문을 맡았어요. 당시 문화연대 공동대표였던 도정일 선생께서 책 읽기는 중요한 문제라 별도의 활동 단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신 것 같았어요. 그래서 도서관계, 출판계, 교육계 등이 연대한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이 2001년 6월에 탄생한 거죠. 그리고 제가 첫 사무처장을 맡았습니다. 그러다 MBC와 연결이 되어 2001년 11월부터 ‘느낌표’ 프로그램이 시작됐어요.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고 수익금을 기부 받아서 재원이 많아졌죠. 이걸 도서관을 짓는 데 쓰자 해서 2003년 1월에 기적의도서관 프로젝트가 시작됐습니다.
- 기적의도서관은 전에 없던 새로운 도서관을 만드는 일이어서 많은 논의가 오갔을 것 같은데요. 가장 중요한 내용은 무엇이었나요?
중요한 논의 중 하나는 기부채납 방식이었어요. 기적의도서관을 지자체에 넘기면 운영이 잘 될지 보장할 수 없었죠. 그래서 중장기한 10년에 걸쳐서 기부채납하자는 주장도 있었어요. 그러나 민간에서 그렇게 짧지 않은 기간에 계속해서 도서관을 관리할 수 있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과, 분리해서 기부채납 하는 것에 따른 법률 문제 등 여러 현실적인 여건 때문에 바로 기부채납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기적의도서관 가치와 활동을 책임질 관장 선임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있었어요. 「도서관법」에 공립 공공도서관의 관장은 사서가 한다고 되어있었지만, 당시에는 지자체에 어린이 도서관 관장을 맡을 사서 인력이 충분하지 않았던 것도 현실이었죠. 그래서 민간 전문가를 관장으로 선임하거나 도서관 운영위원회가 관장을 추천하는 방식 등을 논의했죠. 그래서 몇몇 곳은 어린이도서관 운영 경험이 있는 사람이 관장이나 개관준비위원장을 맡았습니다.
'책읽는사회'와 강원도 인제군이 함께 건립하는 인제기적의도서관의 막바지 공사가 한창입니다. 현재 디자인 가구와 사인물을 설치하고 있으며, 3월 중순부터는 본격적으로 개관 준비 작업에 들어갑니다. 인제기적의도서관은 오는 5월에 시범 운영을 실시한 후 6월에 정식 개관할 예정입니다.
기적의도서관에는 '어깨동무담'이 있습니다. 이 나라의 모든 어린이가 어깨동무를 하고 자라고 있음을 상징하는 담벼락입니다. 인제기적의도서관 어깨동무담을 만들기 위해 전국 기적의도서관을 이용하는 어린이와 언제군에 사는 어린이의 그림 등 총 507점을 모았습니다. 참여해 주신 모든 어린이와 기적의도서관에 감사드립니다. 아름답고 의미 있는 어깨동무담을 선보일 날을 기다립니다.
챗GPT에게 기적의도서관에 대해 물었습니다
인공지능이 전 세계를 술렁이게 하고 있습니다. 찾기 어려운 정보를 쉽게 찾아서 정리해 주고 소설도 대신 써주며 음악이나 그림 창작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벌써 챗GPT가 쓴 책이 출판됐습니다. 미국의 어느 출판사는 인공지능이 쓴 원고가 몰리면서 접수를 중단했다고 합니다.
챗GPT에게 기적의도서관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해인사 장경판전에 대해 설명하네요. 기대와 다른 답에 대한 실망감, 아직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신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거대하고 막연한 흐름이 두려워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인공지능은 도서관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인공지능이 대체할 직업'에 사서는 빠지지 않고 등장합니다. 인공지능이 지식과 정보를 정확하게 찾아준다면 사서는 없어도 될까요? 챗GPT가 책을 요약해 줄 텐데, 앞으로 독서는 어떻게 될까요?
최근 정부는 '한국형 챗GPT'를 개발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제4차 도서관발전종합계획(2024~2028)에도 인공지능 관련 내용이 반영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국내의 한 도서관은 벌써 챗GPT 활용 교육을 시작했습니다. 인공지능이 사서를 대체할지는 알 수 없지만, 책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과 함께 도서관 업무와 서비스에 활용할 방안을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지난 2월 14일에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법안소위에서 '인공지능산업 육성 및 신뢰 기반 조성에 관한 법률안'이 통과됐습니다. 이 법안에는 인공지능 사업자와 이용자가 지켜야 할 원칙이 담겨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인류에게 재앙이 아니라 선익이 되도록 하는 일에 도서관이 구경만 할 수는 없겠죠?